Persona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공기가 먼저 당신을 알아보고, 바닥의 결이 발밑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집은 가구의 집합이 아니라, 당신이 세계에 남겨 둔 호흡의 형태다. 창문으로 들어온 빛조차, 당신이 허락한 각도만큼만 바닥을 닦는다.
정돈을 사랑하는 손은 선을 맞추고 여백을 지키며, 온기를 찾는 마음은 천과 빛으로 구석을 채운다. 어떤 방은 침묵처럼 맑고, 어떤 방은 오래된 나무처럼 사람을 끌어안는다. 당신이 머무는 방식은, 이미 벽 위에 그림처럼 남아 있다. 공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취향의 전시가 아니라 생존의 질서다. 무엇을 보이게 두고, 무엇을 서랍에 숨기는지. 손님에게 권하는 자리와, 혼자 무너지는 자리. 그 지도가 곧 당신의 영혼이다. 미니멀의 절제든, 한옥의 숨결이든—본질은 “내가 어디서 숨을 고르는가”에 있다.
여섯 장면이 창과 식탁, 침대맡의 램프를 지나간다. 선택을 따라 공간의 온도가 바뀌고, 영혼의 인테리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지막에 남는 방은—당신이 아니어도 당신을 닮은 집이다. 문을 닫아도, 그 공기는 오래도록 당신의 이름을 기억한다.